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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고리들 - 두뇌사용설명서

호드맨 2023. 11. 13. 23:09

최근 갑자기 쌀쌀해졌지만, 마음속으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지!"라며 책에 재미를 느끼는 도중이었는데 흐름이 확 깨졌다. 조금 안 좋은 내용의 포스팅이 될 것 같다. 관심이 많은 인공지능이나 로봇 관련 도서들 위주로 책을 골라 읽는 중이어서 고리들 작가의 인공지능 vs 인간 지능 두뇌 사용설명서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출간된 지 오래된 (2015년) 책으로 인공지능 AI가 좀 더 본격적으로 다가오기 전 시점이라서, 이전에 글을 쓴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처럼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 생각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책을 읽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어지러운 표지처럼 목차를 열고나서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다. 6장가량의 목차, 그것도 모든 페이지를 꽉 채운 항목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딱히 무슨 흐름이 있는 거 같지 않았다. 엄청나게 긴 프롤로그와 경악을 금치 못한 프롤로그 2까지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보다.
작가의 내공, 공부의 깊이, 알고 있는 지식, 말하려는 내용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약력을 보면 나보다 독서도 많이 했고 강연도 다니며 훌륭한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닌 거 같다. 책을 읽고 나서도 작가가 자기자랑만 늘어놨네?라는 생각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다.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무엇을 하라는 건지 내가 너무 미숙해서 일까? 그냥 일 못하는 사람이 직장 상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400페이지짜리 보고서 같았다. 그나마 몇 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주제들을 추려봤다.

한국 영재들의 높은 실패율을 연구한 외국의 학자가 찾아낸 원인 3가지
1) 유초등기의 뇌발달에 맞는 적기교육의 부적절함
2) 조기교육이나 선행교육
3) 주입식 교육이나 암기위주의 교육

뇌과학을 연구한 사람이고 전문 가니 나보다는 많이 알겠거니 싶지만, 이런 내용들 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와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기업, 그리고 고용 관련 정부 정책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조기교육이나 선행교육, 주입식 교육 등을 하는 이유는 결국 성적을 잘 받아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를 물으면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기 때문이라도 대답할 것 같다.
기업에서 좋은 대학에 나오고, 성적을 잘 받은 "과거 말 잘 듣는 학생이었던, 앞으로도 말 잘 들을 직원" 만을 원하기 때문에 모든 교육이 그것에 맞춰진 것은 아닐까? 기업에서 말 잘 듣는 직원을 원하는 이유는 뭘까? 외국처럼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지 않고 평가나 보상에 대해서도 평준화되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오죽하면 튀지 말아라~라는 말이 들릴까. 우리나라 기업들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들보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거창고등학교 '미래직업선택 10계'

인터넷에도 이거 관련 자기 생각들로 바꿔 놓은 것들이 보이길래 나도 해봤다. 뒤쪽으로 갈 수록 좀 이상해지긴 했지만..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연봉보다 경험과 기회를 구하기)
   >> 아마도 고등학생들, 즉 사회 초년생 때를 위한 조언 같다. 일부 동의하지만 가능하면 경력이 쌓인 이후는 반드시 자기의 능력을 높게 사주는 곳을 더 추천한다.

2.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장사에서 봉사로)
   >> 처음 선택이라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맞을 것 같다. 그 이후에는 둘 다 충족해야 이직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시스템에 길들여지지 않기)
   >> 뭔가 이상한 말 같지만 이것도 일부 동의한다. 그렇지 않은 쪽으로 많이 바뀌고 있지만, 예전에는 승진자들을 위해 인사고과를 깔아주기도 하고 여러 부조리들이 많았다. 지금도 어딘가는 있겠지만..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블루오션)
   >> 본인의 능력으로 황무지에 건물을 올릴 수 있다면 이것만큼 탁월한 선택은 없다. 정복자가 되고 선구자가 되어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새로운 도전)
   >> 새로운 도전도 좋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처음 선택이라면 차라리 남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가자. 거기서 인정받고 나서 도전해도 늦지 않다.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상전벽해의 거시적 시각, 퓨처마킹)
   >> 이건 잘못되었다. 10년 뒤는 아무도 모른다. 5년 뒤 장래성 정도는 보고 가자.
7.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권력과 표준의 함정 조심)
   >> 분야가 다를진 모르지만 뭔가 점점 이상한 곳으로 이야기가 가고 있는데, 장래성 있고 존경받는 직업이라면 좋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한테 잘 맞는지다. 잘하고 재밌는 일을 하면서 존경도 받으면 금상첨화 아닌가?
8. 한가운데 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프런티어, 브랜칭, 경계선이 생명이다)
   >> 아니다, 어떤 회사든지 가능하면 그 회사의 메인 (가운데) 업무를 배워라. 가장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다른 쪽으로 파생되어 가는 것은 쉽다. 처음부터 가장자리에 자리 잡으면 안으로 오는 건 어렵다.
9. 부모나 아내,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의심치 말고 가라. (상식 파괴)
   >> 이건 상식 파괴가 아니라 가정파괴다. 회사 생활보다 가정을 돌보는 것이 최우선이다. 회사는 돌아서면 끝이지만 가족은 평생이다. 상의하고 신중하게 결정해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라. (금기에 도전하는 창조)
   >> 또다시 상식 파괴인가? 왕관은 아니더라도 단두대로는 가지 마라. 왜 점점 이상한 쪽으로 이야기가 빠지는지 모르겠다.
 

아내가 사인까지 받았던 책이라서 결국 아내에게 "이런 책은 왜 산거야?" 라고 물었다. 아내도 이런 책인줄 몰랐다고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