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 철학, 정말 삶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다양한 철학자의 사상을 일상과 비즈니스 현장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한다.
소크라테스부터 푸코까지, 각각의 철학이 어떤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지 소개하면서 독자에게 사고의 유연함을 권유한다.

전체적으로 읽기 쉽고 구조도 잘 정리되어 있어서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에 담긴 철학적 내용은 깊이보다는 요약 중심이고, 실천보다는 인용에 가까운 느낌이 강했다.
철학자의 사유를 제대로 전달하기보다는, 일상에 가볍게 얹을 수 있는 사고 팁 정도로 가공한 인상이랄까.
특히 성과급과 창의성에 대한 내용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MIT 실험을 인용하며, 보상이 클수록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나는 반대로 생각하는 편이다.
나는 평소에도 애사심은 돈으로 산다고 말해왔고, 실제로도 적절한 보상은 동기를 자극하고 책임감을 높인다는 걸 느껴왔다.
특히 과거에 일했던 회사에서, 약속된 성과급을 정당하게 지급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줄이려는 듯한 행태를 겪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성과급이 오히려 창의성을 해친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 마치 회사의 입장을 합리화하려는 주장처럼 들려서 불쾌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철학이라는 이름 아래 구조적인 문제나 불합리를 정당화하려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결국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철학은 삶을 위한 무기라기보다, 살아가는 태도 그 자체다.
삶을 더 잘 살기 위한 무기라면, 그것은 기술이나 실행력, 경험에서 찾아야 한다.
철학은 써먹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동의보다는 의문을, 공감보다는 거리감을 더 많이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