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항/생각

정말 52시간 근무제한이 문제인걸까?

호드맨 2024. 11. 11. 21:24

 

기자도 아니고 칼럼을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글을 남겨야겠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감소와 그에 따른 주가 하락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원인이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에서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풀면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바보 같은 사설도 등장했다.

 

엔비디아 연구 밤샐때, 한국 반도체 52시간 족쇄 | 중앙일보

 

엔비디아 연구 밤샐때, 한국 반도체 52시간 족쇄 | 중앙일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반도체 인력은 갈수록 부족해지는데, 한국의 경우 경직된 근로시간 규제가 더해지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

www.joongang.co.kr

 

"[사설] 주52시간 족쇄 푸는 반도체특별법 국가경쟁력 높일 토대"- 헤럴드경제

 

[사설] 주52시간 족쇄 푸는 반도체특별법 국가경쟁력 높일 토대

여당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주 52시간 근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반도체 기업에 직접 정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이번 회기

news.heraldcorp.com

 

반박이 아니라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논리라서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엔비디아의 고강도 근무 관련된 뉴스 원문은 업무량이 많다는 것을 꼬집은 게 아니라, 업무를 많이 하면서도 막대한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이직률이 엄청나게 낮은 엔비디아 상황을 표현했다. 동종 업계의 17.7% 이직률 대비 2.7% 밖에 안됐다고 한다.

 

Yet despite the pressures of working at Nvidia, employees leave the company at a much lower rate than is common in the industry. In 2023, the company had a 2.7% turnover rate, compared to 17.7% in the semiconductor industry at large, according to Nvidia’s Sustainability Report for fiscal year 2024.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일 년 내내 고강도 근무를 하는 것도 아니다. 엔비디아의 평균 근로시간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의 평균 근무시간은 한국 보다 낮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2017년 평균 근무시간은 한국(2063시간), 미국은 (1765시간) 밖에 안된다. 그런 논리면 해당 자료의 근무시간 1위 캄보디아(2455시간)은 세계 최강국인가? 최근 2024년도 자료상으론 한국(1970시간), 미국(1892시간)으로 한국은 줄고 미국은 늘어나면서 차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근무시간만 보자면 유럽 아랍에미레이트(2704시간)은 어떻게든 설명이 안된다. 결국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근무시간이 위에서 나오는 국가경쟁력과 비례하지 않다는 거다.

List of countries by average annual labor hours - Wikipedia

 

List of countries by average annual labor hours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The average length of working time in different countries depends on a number of economic, social and societal factors. Another important factor is the extent to which part-time work is widespread, which is less common

en.wikipedia.org

Countries by Average Working Hours 2024 - Global Work Hour Trends

 

Countries by Average Working Hours 2024 - Global Work Hour Trends

Find out which countries have the longest and shortest working hours in 2024. Explore historical trends and insights into global work hour patterns.

www.jagranjosh.com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들이 더 잘 알아내겠지만, 주 52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낮은 연봉 및 성과보상, 낮은 이직률, 그리고 해고율 등이다. 연봉과 성과 보상이야 외국 엔지니어들과 항상 비교되지만, 반박하는 사람들은 외국의 물가를 생각하라며 그 정도는 받아야 한국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건 외국서 살아보지 못해서 내가 정확한 비교를 할 수는 없다. 그보다 시급한 것은 성과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제조업으로 빠르게 발전한 우리나라는 IT 분야에서도 제조업 때 사용하던 임금 체계를 벗어나지 못한 거 같다. 외국에 비해서 당근과 채찍이 매우 약하며 각종 법안, 노조 때문에 채찍은 거의 무의미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저성과자에 대한 채찍질을 할 수 없으니 당근도 많이 주지 않는다. 일을 열심히 해도 보상이 없다면, 그리고 대충 해도 지적이 없다면 결국 하향 평준화되어 버린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좋은 곳으로 떠나고 남은 직원들 중 일부는 현재 자리에 안주하고 고인 물이 돼버린다. 회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직원들을 새로 뽑지 않는다.

이직률이 낮은 것은 이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고, 외국처럼 자유롭지 않다. 또 매매가 아니면 전세가 일반적인 주택 매매 방식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 이사가 힘들기 때문에 이직도 멀리하기 어렵다. 이직률이 낮다 보니 경력직 신규채용이 쉽지 않고, 빈자리를 채울 사람이 없으니 한 명이라도 아쉬워 해고도 없다. 회사에서 법적으로도 해고가 어려운 것도 있다. 사실 이것이 정확한 답도 아닐 수 있고, 더군다나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떠오르지 않지만 회사에 일하다 보면 이렇게 버티는 게 얼마나 갈까 걱정도 된다.

더 적어봐도 이상한 데로 빠지기만 할 것 같다. 최대 52시간 제한을 폐지한다면 효과를 보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악용하는 곳은 더 많을 것이고, 이런 문제를 단순히 근무시간 때문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유치하다. 아니면 정말 지능적으로 알면서 그러는 건가? 좋은 쪽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겉모습 그것도 한 부분만 바라보지 말고, 보다 다방면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돈 더 많이 주고 호드맨을 뽑아라! 이쪽 분야라면 내가 다 성공시켜 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