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지성 - 생각하는 인문학
제목과 하얀 표지처럼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책이다. 요즘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느낌 오는 대로 책을 골라 읽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작가가 글을 쓴 순서와 반대로 읽고 있다. 얼마 전 에이트를 읽었었고 이번에 생각하는 인문학을 읽다 보니 리딩으로 리딩하라까지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책 읽는데 순서 따위 뭐가 중요하랴.

책에선 미국 IBM의 Think, 마이크로소프트의 Think week, 애플의 Think difference 와 같이 그들이 강조한 Think에 대한 배경과 함께 우리에게 와닿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Think=생각에서 멈추는 것을 경계하고 사고, 사색하기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책 제목이 생각하는 인문학이 아니라 사색하는 인문학과 같았다면 책이 안 팔렸을지도.. (웃음) 책을 다 읽고 나름 생각도 좀 하면서 내용을 까먹기도 했지만, 기억나는 것들을 더듬어보며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덕치와 법치' 로 부터
책의 초반부에 기업에서의 덕치 경영과 법치 경영 중 어느 것이 최선이냐라는 부분이 나온다. 꼭 덕치나 법치와 똑같은 단어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생각해 봤던 적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나는 경영자가 아니지만 어떠한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조직 간의 상하, 수평관계에서의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까란 생각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론일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했던 기본적인 틀은 아직도 확고하고 회사에서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 내 조직 간에는 (요즘 아무리 수평관계라고는 하지만) 명확하게 상, 하, 그리고 안과 밖의 수평관계가 존재한다. 이런 조직도를 그려보면 가족관계도와 유사한 형태가 된다. 위로는 부모가 있고 아래로 자식, 안쪽 수평관계인 형제와 바깥 수평관계인 사촌 혹은 먼 친척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정말 막장인 시대라 뉴스의 사건사고가 들끓고 있지만 제대로 된 가정처럼 부모님께 효도하듯이 직장에서 위로 자기 역량을 다해 기여하고, 자식들에게 내리사랑을 하듯 부하직원들에게 가르치고 이끌어 준다. 우애 있는 형제들처럼 팀원들과 힘을 합쳐 성과를 내고, 가끔씩은 먼 친척들과도 도움을 주고받듯 타팀과도 협업을 한다. 나도 이렇게 한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기여하다 보면 할아버지뻘, 증조할아버지뻘이 되면 손주들이 존경과 사랑을 표해주지 않을까?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 세네카
가끔 '계획은 틀어지라고 있는 거예요.' 혹은 '계획은 계획일 뿐이죠' 등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계획을 다 이루어 낼 수는 없다. 계획을 못 지킬 수 있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에는 못 지켰어도 다음에는 꼭 지키도록 자신을 바꾸거나 무리한 계획이었다면 다음엔 실현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참된 마음가짐이다. 돌다리인지 하나씩 두드려보고 건너지는 못해도 발 디딜 곳이 있는지 정도는 보고 가자. 거기가 불구덩이인지 낭떠러지인지는 보고 뛰어야 하지 않을까?
실패를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한번 실패의 쓴맛을 봤으면 더 완성된 계획을 세워서 다시 도전해야 하는데, 언젠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똑같은 실패를 한다면 포기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전도 안 해보고 무작정 포기하는 것은 할 말 없지만,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계획을 세워보는 과정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섰다면 빨리 포기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은 모두 '심플'을 추구했다.
그래? 그럼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지? 경영자는 아니니까 내가 속해있는 회사 조직에서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것을 한 단어로 찾아보려고 많은 생각을 해봤다. 예전에 유행하던 무엇무엇에게 나는? XX다.처럼 딱 떠오르는 단어가 있을 거 같아서다. 이름과 비슷해서 그런지 정확이란 단어가 먼저 떠올랐지만 뭔가 아쉬웠고, 정합과 적합에서 고민하다가 정한 것은 바로 정합성(整合性) 이었다.

업무에 좀 더 유용한 script 들을 작성하여 한정된 인력, 한정된 시간을 메울 수 있게끔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거나, 잦은 실수가 발생하는 곳에서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Human error를 줄이는 것 등등이 모두 그 자체적인 이유보다는 그 방법이 논리적으로 맞는 방향이라서가 아닐까.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뒤에는 정합성을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까까지 이어졌다. 아직 해야 할 게 많고 해내야 할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게 많다. 힘내자.
율곡의 구용과 구사
나는 우리나라가 좋지만 흔히 말하는 국뽕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인문학 책들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왜 한국에서 나온 인문학자의 책은 없고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맹자 등만 찾을까? 물론 내가 딱히 인문학 책을 골라서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 서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에 맞게끔 생각하고 남겨놓은 위인들이 있지 않을까? 그러던 중 책에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 일부 내용이 담겨 있어 좋았다. 아마도 완전한 직역보다는 비슷한 상황에 대한 비유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세한 것은 언젠가 격몽요결을 읽거나 해설서 등을 보게 되면 더 바르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이 생각하는 인문학이어서 그런가 좀 더 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오갔던 것 같고, 기존에 하던 생각들도 좀 더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하려는 말처럼 이 책을 포함한 모든 책을 교과서 줄줄 외우듯이 머릿속에 집어넣을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일깨워 줄 수 있도록 자극했으면 좋겠다. 결국은 책을 읽는 것도 나고 생각을 하는 것도 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