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쾌하진 않아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책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는 제목만 보면 한참 웃으며 볼 수 있는 유쾌한 에세이일 것 같았다. 그런데 실제로 읽어보니, 그렇게 “웃겨서 뒤집어지는” 류의 책은 아니었다.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살아오며 겪은 소소하면서도 기이한 일화들을 들려주는 형식인데, 요즘 많이 읽히는 감정 중심 에세이나 서사 중심 책들과는 전혀 다르다.

읽으면서 느낀 건, 이 책은 이야기보다 ‘사람’을 보는 책이라는 점이다. 파인만이라는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고, 지루한 회의 속에서도 장난을 치며 살아가는지를 들여다보는 느낌. 그래서 처음엔 큰 재미를 기대했던 내가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이 책에 묘하게 빠져들었다.
나 역시 귀찮음을 회피하려는 본능(?)에서 기발한 프로그래밍 꼼수를 짜거나, 남들이 안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파인만의 기상천외한 사고방식이나 엉뚱한 행동들이 어딘가 남일 같지 않았다. “나 같아도 저 상황에서 그렇게 했을 것 같은데?” 싶은 순간들이 있었고, 그런 동질감이 나를 책 속에 더 끌어당겼다.
파인만은 천재였고, 나는 그냥 귀찮은 걸 싫어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지만…
창의성이라는 건 사실, 정석을 고집하지 않고 우회로를 찾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내 방식과 아주 닮은 구석이 있었다.
막 감동적이지도 않고, 힐링도 아니지만,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
그리고 “꼭 나 같은 사람한텐, 이 책이 꽤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남는다.
'관심사항 >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0) | 2025.06.13 |
---|---|
[리뷰]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2) | 2025.06.07 |
[리뷰] 과학을 보다 1, 2권 (5) | 2025.06.02 |
[리뷰] 김난도 외 9인 - 트렌드 코리아 2025 (앞) (3) | 2024.12.05 |
[리뷰] 평생 돈 버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힘 - 남궁용훈 (7) | 2024.11.10 |